조각달 17 그 날 저녁, 문빈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은우는 문빈을 품에 안은 채로 다독였다. 다음 날 있을 송휘의 결혼식에도 참석해야 했고, 무엇보다 잠이 많은 문빈이 걱정스럽기도 했다. 문빈이 받고 있을 시선의 중압감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은우는 더더욱 잠을 설치는 문빈이 걱정되었다. 사람은 피곤하면 날이 서기 마련이다. 흐트러진 모...
모두가 숨을 죽였다. 기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문빈은 거대한 공간의 끝에서 끝까지를 한 번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마이크를 들어올렸다. 문빈의 양 옆에 위치한 거대한 전광판에서는 문빈의 얼굴만이 큼직하게 잡혀 있었다. 문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제 콘서트를 보러 와주신 우리 달빛천사 여러분들, 너무 감사드리구요. 어… 제가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
조각달 16 안재하가 돌아가고 난 뒤에도 송원은 문씨 저택에 남았다. 송원은 문빈의 뒤에 있는 은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시선 속에는 흥미 이상의 것이 느껴졌다. 그 시선을 느낀 문빈이 송원에게 말을 건넸다. 제법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지.” “저도 제 목숨 귀한 줄은 압니다.” 그 말에 송원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문빈은 그 모...
조각달 15 문씨 저택으로 마차 두 대가 들어왔다. 문주원이 공작령으로 떠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마차 두 대는 모두 문씨 공작가의 마차만큼 화려하게 장식된 고급품이었다. 그 말인즉, 문씨 저택을 방문한 이들의 신분이 그만큼 고귀하다는 것을 뜻했다. 마차 한 대에는 안씨 백작가의 상징인 송골매가 장식되어 있었고, 다른 한 대에는 송씨 자작가의 상징인 ...
조각달 14 문빈은 뺨이 가라앉을 때까지 문씨 저택을 벗어나지도 않았고, 저택으로 손님을 불러들이지도 않았다. 사실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 한 것이었다. 피부가 하얀 터라 그 자국이 더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었다. 문주원과 문빈의 사이가 썩 좋지 못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뺨을 맞아 부어 오른 것까지 내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뒤에서 얼마나 더럽고...
조각달 13 윤희영은 아주 똑똑한 사람이었다. 무엇이 자신의 가문을 위한 일인지를 알았고, 스스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았다. 윤희영이 그렇게 된 것에는 아버지인 윤도경의 영향이 아주 컸다. 윤태주의 아들인 윤도경은 윤태주가 일으켰던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자신도 후작위에 오를 수 있었으니, 윤도경은...
내게 단 하나의 의미가 되어 준 너에게. 안녕? 막상 편지를 쓰려니 뭐라고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네게 편지를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야. 그래서 조금은 어색하고, 길고, 두서 없는 글이 되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줬으면 좋겠어. 우선은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네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날을 조금은 특별하게 축...
조각달 12 문빈은 오랜만에 어머니를 떠올렸다. 한 때 세상의 전부였던, 자신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었던 서하를. 그 따스한 품은 영원할 것만 같았고,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으리라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한낱 바람일 뿐이었고,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했으며, 운명의 신은 잔인했다. 검은 옷을 입은 썩어 들어가는 시체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죽음의 신은 서하를 지...
조각달 11 “어찌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은우는 문빈의 뺨에 조심스레 약을 발랐다. 입 안이 터질 정도로 세게 맞았던 지라 겉으로 보기에도 부어 오른 정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쉽게 가라앉지 않을 테였다. 은우는 제 뺨의 상처보다 문빈의 상처가 더 크게 느껴졌다. 자신은 몸에 상처가 나건 말건 상관없는 천한 존재였으나, 문빈은 달랐다. 뺨이 새빨갛게 부...
조각달 10 문주원의 부인과 아들에 대한 사랑은 유명했다. 비록 평민 출신이었지만 서하는 제법 새로운 제 지위에 걸맞는 일들을 곧잘 해내었다. 어렸을 때부터 문씨 가문의 하녀로 일을 해 온 덕분이었다. 서하의 출신을 이유로 서하와 문씨 가문을 깎아내리던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사라졌다. 애초에 남의 일이었고, 평민과 천민들 사이에서 문주원과 서하의...
조각달 09 문빈은 혹시라도 누군가를 만날까 빠르게 문씨 저택으로 돌아왔다. 은우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향도 옅어지기에 더욱 불안해졌다. 관리가 잘 되어 갈기에서도 윤기가 도는 말 네 마리가 발을 맞춰 빠르게 달렸다. 척 보기에도 좋은 종자였다.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문빈은 은우부터 찾았다. 제 몸에서 나는 은우의 향이 조금만 옅어져도 문빈은 불안...
조각달 08 “그래, 내가 왜 자네를 따로 불렀는지 알고 있는가?” “송구스럽지만, 폐하의 깊은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였습니다.” 밖에는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덕분에 한낮 임에도 방 안에는 등불이 잔뜩 켜져 있었다. 문빈은 황제와 독대했다. 그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제국의 가장 고귀한 이에게도 시간은 공평했다. 황제의 눈가에는 깊은 주름이 패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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